Array ( [0] => 1 )
badnewsㆍ 해외소송ㆍ 채권매매계약ㆍ 챔버스
나쁜 소식 우선 (Bad News First!)
2026.01.19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였다가 헤어질 때에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소식들만 오고 가기를 바란다는 인사말을 나누기도 한다.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하는 성서의 구절도 가족들의 모든 일들이 잘 되기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리라.
이와는 다소 반대되는 말이 영화 <대부> 1편에 나온다. “꼬를레온씨는 나쁜 소식은 즉각 들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Mr. Corleone is a man who insists on hearing bad news immediately.)" 마피아 보스 꼬를레온의 법률자문 톰 하겐(Tom Hagen)이 보스의 청탁을 거절하는 영화감독 울츠(Woltz)에게 즉시 자동차로 공항까지 보내 줄 것을 요청하면서 한 말이다. 이 말은 꼬를레온은 불편한 진실일수록 빨리 아는 것이 좋은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길임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일 것이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을 때 무엇을 먼저 전하고 싶을까? 보고하는 부하직원들은 좋은 소식을 먼저 보고함으로써 나쁜 소식을 보고할 경우 불편한 상황을 완화하려는 성향이 있고, 보고를 받는 상사는 나쁜 소식을 먼저 보고받기를 원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태자 건성을 죽이고 당태종에 올랐던 이세민은 건성의 수하에 있으면서 건성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간언하였던 위징을 늘 자신의 곁에 두고 자신의 역린을 건드려 간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관의 치를 이루었다. 당태종은 자신에게는 3개의 거울이 있는데 위징은 자신의 잘잘못을 밝혀주는 사람 거울이라고 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특별감찰관을 지명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특별감찰관이 당태종의 위징과 같이 현명하게 이대통령을 보필하기를 기대한다.
필자는 해외에서 소송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 나라에서는 법원이 사안과 무관한 여러 요소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되어 있어서 반드시 순수하게 법적인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공정한 판결을 내려 줄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1심 소송의 심리종결 이후에도 장기간 판결이 내려지지 않고 있어서 그 배경에 관하여 불안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필자측은 소송의 근거가 되는 금전채권을 현지의 유력자에게 매각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체결후 얼마되지 않아 약1주일 후에 판결이 선고될 것인데 필자의 의뢰인 측이 패소할 것이라는 정보였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나쁜 소식 우선(Bad News First)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우리가 패소할 것이라는 정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즉각 매수인에게 공유하기로 결정하였다. 매수인이 정보를 제공받고 채권매매계약을 해제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많았지만 아무리 생각하여도 진실에 발을 디디고서만 다음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신념 외에 다른 대안을 찾을 수는 없었다.
막상 매수인에게 위와 같은 정보를 전달하자 매수인은 의외로 깜짝 놀라거나 실망하는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담담하게 얘기를 듣더니 내부적으로 의논하고 연락주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이틀 뒤 매수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들도 법원 상황을 파악해 보았으며 우리의 정보가 정확함을 확인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심에서 패소하더라도 채권매매계약을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약해 주었다. 필자는 기적을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불리한 정보를 감추지 않고 진실을 공유하는 태도에 대하여 상대방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반응한다는 현실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상당히 많은 경우 불리한 정보를 감추고 듣기 좋은 정보만을 내세우려는 본능이 우리에게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본능의 이면에는 진실을 고할 경우 어떤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공산주의는 거짓말을 토대로 하며 거짓말을 하는 마음의 뿌리에는 두려움과 공포심이 있다는 것이 솔제니친의 진단이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업무를 처리할 때 진실을 파악하는 것, 정확하고도 상세하게 실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일(fact finding)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불리하다고 여겨지는 사실관계를 최대한 조기에 발굴하려고 노력한다. 실제 경험상으로는 처음에는 불리하다고 여겨졌던 사실들이 나중에 다른 사실들과 합하여 생각해 보면 보다 유리한 진실의 큰 그림을 구성하는 한 개의 조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의뢰인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것뿐만 아니라 불리한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여 주도록 요청한다.
“나쁜 소식 우선(Bad New First!)”의 원칙은 나쁜 일과 불확실성을 두려워 하는 우리의 본능을 극복하고 진실과 진리를 찾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하는 말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